어둠 속에서 시작된 지도자의 여정
1940년 5월, 런던은 불안으로 가득했습니다. 나치 독일은 이미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었고,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차례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독일의 번개 같은 전격전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었죠. 의회는 총리 체임벌린의 유화정책 실패에 격렬히 반발했고,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바로 이때, 영국은 새로운 리더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가장 고독한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주인공인 윈스턴 처칠이 무대에 오릅니다.
그의 등장 자체가 드라마였습니다. 의회는 그를 믿지 않았고, 왕실도 그를 의심했으며, 국민들조차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술과 시가를 즐기고 괴팍한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던 정치인, 그리고 과거 전쟁에서 실패의 책임을 지고 몰락했던 남자. 하지만 그는 곧, 단어 하나하나로 제국을 일으켜 세우는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 2017)〉는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하고 게리 올드먼이 윈스턴 처칠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게리 올드먼은 무려 3시간이 넘는 분장을 거쳐 처칠로 완벽 변신했고, 이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정치적 음모, 국민적 불안, 전쟁터의 절망과 동시에, 한 인물이 자신의 목소리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낸 드라마를 스크린 위에 압축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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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게리 올드먼(출처:연합=AFP) |
1. 영화〈다키스트 아워〉 – 위기의 며칠을 그린 드라마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단지 전쟁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1940년 5월 10일, 처칠이 총리로 취임한 순간부터 시작해, 덩케르크 철수 작전 직전까지 이어지는 단 3주간의 극적인 시간을 다룹니다.
당시 영국 내각은 갈라져 있었습니다. 일부는 히틀러와의 협상을 주장하며 이탈리아를 매개로 평화를 모색하려 했습니다. 반면 처칠은 끝까지 싸우지 않으면 영국의 미래는 없다고 믿었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 첨예한 갈등 속에서, 처칠이 어떻게 고립을 견디며 결단을 내려가는지를 압도적인 긴장감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처칠의 연설 장면들을 클로즈업하며, 그의 목소리와 단어가 전쟁터의 총칼보다 더 무거운 무기였음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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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영화 포스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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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 영화 포스터 2 |
2. 완벽하지 않았던 인간 처칠
영화는 처칠을 영웅적인 모습만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괴팍했고, 종종 거칠었으며, 술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힘들었던 사람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갈리폴리 전투 실패로 정치적 경력은 무너졌고, 의회 동료들조차 그를 믿지 않았습니다. “너무 고집 세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평판은 그를 늘 고립시켰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고집과 불굴의 의지가 위기의 순간 영국을 지탱했습니다. 만약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그는 실패한 정치인으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쟁의 시대였기에, 그의 결함은 오히려 장점으로 변했습니다. 영국은 ‘차선’ 같던 이 지도자 안에서, 역사의 기적을 만들어낼 강철 같은 목소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3. 덩케르크의 그림자 – 협상인가, 항전인가
1940년 5월,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에 30만 명의 영국군이 포위되었습니다. 병사들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영국의 전투력 대부분이 사라지고, 히틀러와 협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외무장관 핼리팩스는 이탈리아를 통해 평화협상을 제안했고, 내각 다수는 지지를 보냈습니다.
처칠은 심각한 압박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가 보기에 협상은 곧 굴복이었기 때문이죠. 영화는 이 장면들을 숨 막히게 그려내며, “그의 진짜 싸움은 독일군이 아니라, 자기 집무실 안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각인시킵니다.
4. 국민에게서 찾은 힘 – 영화적 상상과 진실
〈다키스트 아워〉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아마 지하철 장면일 것입니다. 처칠이 일반 시민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국민의 의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순간이죠. 실제로 그가 런던 지하철에 내려 시민들과 대화한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정서적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처칠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고, 실제로 그는 거리의 소리, 라디오의 여론을 철저히 관찰했습니다. 영화는 이런 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재현해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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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시민의 장면(영화 스틸컷) |
5. 단어가 총칼이 된 순간 – 처칠의 명연설
처칠의 진정한 무기는 언제나 단어였습니다. 그는 의회와 라디오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해변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산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연설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건네진 생존의 언어였고, 영국인의 자존심을 일깨운 불씨였습니다. 당시 BBC 라디오를 통해 이 목소리를 들은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라디오 앞에서 결의를 다졌습니다. 히틀러가 웅변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면, 처칠은 꾸밈없는 단호한 목소리로 국민의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6. 영화와 역사 – 각색과 사실의 경계
〈다키스트 아워〉는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엮어냈습니다. 지하철 장면이나 일부 연설의 배치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바뀌었지만, 역사적 핵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처칠은 실제로도 끊임없이 고립된 상황에서 싸웠고, 결국 국민의 의지와 내각의 신뢰를 얻어냈습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건, 기록 그대로의 사건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에 지도자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메시지였습니다.
7. 인간적인 처칠 – 고독 속의 눈물
영화는 또한 처칠의 나약한 순간을 보여줍니다. 어둡고 좁은 집무실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던 장면, 왕 조지 6세와의 대화 속에서 두려움을 고백하던 장면은, 철강 같은 외모 뒤에 숨겨진 고독한 인간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는 늘 고독했고, 국민 앞에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였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불안과 무게에 짓눌렸습니다. 이 모습은 오히려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었고, 국민들이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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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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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2 |
8. 다키스트 아워의 교훈 –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다키스트 아워〉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리더십이란 대중의 인기와는 별개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종종 가장 고독한 순간에서 피어납니다. 협상을 주장하는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도, 처칠은 외롭게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은 결국 영국을, 나아가 세계를 구했습니다.
마무리 – 어둠을 밝힌 목소리
2차 세계대전은 수많은 무기로 치러졌지만, 그중 가장 강력했던 무기는 처칠의 목소리였습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영웅담이라기보다는, 결함 많고 고독한 한 인간이 어떻게 국민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끝까지 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에도 위기의 순간, 우리는 처칠의 말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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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
그 한 문장이 영국을 살렸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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