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요와 소개
〈말모이〉는 2019년 엄유나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김태훈 등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제목 ‘말모이’는 실제로 존재했던 조선어학회의 국어사전 편찬 작업에서 비롯된 단어로, ‘말을 모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조선어 사용이 금지되던 시기에, 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소시민이 조선어학회 사람들과 함께 우리말 사전 편찬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개봉 당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특히 독립운동을 무장투쟁이나 시위가 아닌 ‘언어와 문화 수호’라는 측면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
역사적 배경: 일제의 언어 말살 정책
1930~40년대, 일제는 조선을 완전히 식민지화하기 위해 민족의 정체성을 지우려 했습니다. 그중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언어 탄압이었죠.
학교에서는 조선어 수업이 폐지되고, 학생들은 오직 일본어만 사용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일상에서 조선어를 쓰면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바꾸라는 창씨개명이 강제되면서, 언어와 함께 정체성마저 말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어학회의 학자들은 목숨을 걸고 조선어 사전 편찬에 나섰습니다. “말이 사라지면 민족도 사라진다”는 신념 아래, 전국 방방곡곡의 사투리와 어휘를 모아 ‘말모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죠. 영화는 바로 이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줄거리와 주요 인물
영화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1. 김판수 (유해진 분)
문맹에 가까운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생계를 위해 우연히 조선어학회와 얽히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점차 우리말 사전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헌신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그는 관객에게 ‘평범한 민중도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죠.
김판수(유해진 분) |
2. 류정환 (윤계상 분)
조선어학회의 학자로, 말모이 사전을 완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입니다. 냉철하고 지적인 모습 뒤에는 민족을 위해 언어를 지켜야 한다는 뜨거운 신념이 자리잡고 있죠.
류정환(윤계상 분) |
이 두 인물은 지식인과 민중의 연대를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독립운동은 소수의 엘리트만의 것이 아니라, 글 모르는 평범한 시민의 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 역사와 영화의 연결
〈말모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실제 사건: 1942년,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탄압하며 수많은 학자들을 투옥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많은 학자들이 고문 끝에 옥사하거나 생애를 망가뜨렸습니다.
사전 편찬: 학자들은 전국 각지의 어휘를 수집해 조선어 대사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작업은 중단되었고, 해방 이후에서야 부분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사전편찬 작업 |
영화적 허구: 김판수와 같은 인물은 창작된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무명의 민중이 독립운동의 중요한 주체였음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즉, 영화는 사실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해 역사적 진실을 보다 쉽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죠.
영화의 상징과 메시지
〈말모이〉가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1. 언어는 민족의 영혼
일제가 한국어를 말살하려 했던 이유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지우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신이 담긴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2. 지식인과 민중의 연대
학자들만으로는 사전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전국의 사투리, 어휘는 민중의 입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판수 같은 인물이 참여하면서, 말모이 사전은 민족 전체가 함께 만든 역사적 결실이 된 것이죠.
3. 작은 행동의 위대함
영화는 총칼을 들고 싸운 독립운동만큼이나, 글자를 지키고 언어를 기록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저항이었는지를 강조합니다.
영화 스틸컷 |
예화와 파급 효과
영화 개봉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우리말 사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 고취
젊은 세대들은 영화 덕분에 “우리가 쓰는 일상어 하나하나가 사실은 피와 눈물로 지켜낸 것”임을 깨닫게 되었죠.
2. 조선어학회 재조명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어학회의 역사와 ‘조선어학회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영화는 잊힌 독립운동의 한 축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3. 언어와 정체성 논의 확산
글로벌 시대, 외래어 범람 속에서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적 의미까지 던져주었죠.
일제강점기, 말과 마음을 모은 우리말 사전 |
마무리
〈말모이〉는 거대한 전투 장면이나 영웅적 서사가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바로 “작은 말 한마디를 지키는 일이 곧 역사를 지키는 일”이라는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자연스럽게 쓰는 한국어는,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유산입니다. 영화 〈말모이〉는 이를 감동적으로 일깨우며, 언어와 정체성, 그리고 독립의 의미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총칼은 사라져도, 말은 살아남는다. 말이 살아 있으면 민족도 살아 있다.” 이 메시지가 바로 〈말모이〉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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