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역사] 아웃로 킹: 반역자에서 왕으로, 로버트 더 브루스의 장대한 여정

월리스가 남긴 불씨를 잇다

많은 사람들이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을 이야기하면 멜 깁슨의 영화 〈브레이브하트〉 속 영웅 윌리엄 월리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영화 〈아웃로 킹〉은 바로 그 뒤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월리스가 처형된 후 스코틀랜드는 더욱 가혹한 잉글랜드의 지배 아래 놓였지만,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있었습니다. 그 불씨를 다시 불태운 사람이 바로 로버트 더 브루스(Robert the Bruce)였죠. 

실제 역사에서도 로버트는 단순히 “월리스의 뒤를 이은 영웅”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과 현실적 선택,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스코틀랜드를 독립으로 이끈 복잡한 인물이었습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강조하며 그를 ‘완벽한 영웅’이 아닌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냅니다. 

아웃로 킹 포스터



1. 혼돈의 배경 – 강철 왕 에드워드 1세의 통치 

14세기 초, 스코틀랜드는 왕위 계승 문제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롱생크스, Longshanks)는 이 틈을 타 스코틀랜드를 사실상 속국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그는 잔혹하고 냉혹한 통치자로,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영화에서도 에드워드 1세는 압도적 권위를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역사 속 그는 단순히 힘으로만 제압한 것이 아니라, 귀족들을 이간질하고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데도 능했습니다. 스코틀랜드 귀족들은 대부분 잉글랜드에 충성을 맹세하거나 중립을 택했죠. 로버트 더 브루스 역시 처음에는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고, 이 모습은 영화에서도 강조됩니다. 

강철왕-에드워드-1세(롱생크스)(영화--스틸컷)
강철왕 에드워드 1세(롱생크스)(영화 스틸컷)



2. 반역자의 길 – 왕관을 선택하다 

1306년, 로버트는 중요한 결단을 내립니다. 스코틀랜드의 경쟁 귀족 존 콤인(John Comyn)을 살해하고, 곧바로 스콘에서 왕으로 즉위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극적인 순간으로 다뤄지죠. 

역사적으로 이 사건은 스코틀랜드 귀족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존 콤인은 잉글랜드와 가까운 세력이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곧바로 잉글랜드와의 전면전을 의미했습니다. 로버트는 ‘왕’이 되는 순간, 동시에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반역자’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이를 영웅적 결단으로 보여주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정치적 계산과 위험한 도박이기도 했습니다. 

왕에-오른-로버트(영화-스틸컷)
왕에 오른 로버트(영화 스틸컷)



3. 혹독한 시련 – 패배와 도망의 나날 

왕위에 오른 직후, 로버트는 연이은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잉글랜드군과 스코틀랜드 내 반대 세력에 의해 추격당했고, 그의 가족은 잔혹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와 아내, 자매들이 포로가 되어 고통을 당했고, 그의 형제들은 처형당했습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간략하게 다루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로버트가 거의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한 외딴 은신처에서 포기할까 고민하던 중, 한 마리 거미가 거듭 실패하다가 결국 줄을 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거미 전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로버트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장면에서 그 상징성이 묻어납니다. 

연이은-패배를-경험하는-로버트(영화-스틸컷)
연이은 패배를 경험하는 로버트(영화 스틸컷)



4. 반격의 시작 – 게릴라 전술과 민중의 지지 

로버트는 이후 전략을 바꿨습니다. 정규군 전투 대신, 게릴라식 전투와 기습전을 활용하며 점차 세력을 회복했습니다. 산악 지형과 스코틀랜드의 험준한 자연은 잉글랜드군에게 불리했죠. 영화 속 전투 장면들은 잔혹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당시 전쟁의 처절함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도 로버트는 전술가로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는 소수의 병력으로 잉글랜드군을 괴롭혔고, 점차 민중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잉글랜드의 무거운 세금과 억압적인 통치에 분노한 민중들은 점점 로버트의 편에 섰습니다. 

게릴라-전술을-성공하는-로버트(영화-스틸컷)
게릴라 전술을 성공하는 로버트(영화 스틸컷)



5. 배넉번 전투 – 독립의 분수령 

1314년,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의 결정적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배넉번 전투(Battle of Bannockburn)입니다. 영화는 이 전투를 클라이맥스로 다루는데, 실제 역사에서도 이 전투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스코틀랜드군은 로버트의 지휘 아래 지형을 활용해 잉글랜드군을 몰아붙였습니다. 특히 늪지대와 좁은 길목을 이용해 기병의 기동력을 무력화시킨 것은 전략적 명수다운 선택이었죠.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를 크게 격파했고, 이 승리는 스코틀랜드 독립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이 승리는, 로버트 더 브루스를 민족의 영웅으로 확고히 만들었습니다.

배넉번-전투에서-승리하는-로버트(영화-스틸컷)
배넉번 전투에서 승리하는 로버트(영화 스틸컷)



6. 영화와 역사 – 사실과 각색의 경계 

〈아웃로 킹〉은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반영하려 노력한 작품이지만, 영화적 연출을 위해 몇 가지 과장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버트의 즉위 과정과 일부 전투 장면은 드라마틱하게 각색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 즉 로버트가 끊임없는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실제 역사 속 로버트는 단순한 ‘정의로운 영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야망과 현실적 타협을 동시에 보여준 인물이었습니다. 영화는 그 복합적인 면모를 비교적 잘 담아내며, ‘영웅도 인간적 약점에서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무리 – 반역자에서 민족의 영웅으로 

로버트 더 브루스의 이야기는 실패와 굴욕, 추방과 도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스코틀랜드를 독립으로 이끈 왕으로 기억됩니다. 

영화 〈아웃로 킹〉은 이러한 그의 여정을 사실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며,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그의 정신은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움직였습니다.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끈기가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 아웃로 킹은 무법자 왕이라는 뜻으로, 애드워드 1세가 브루스를 향해 지워준 별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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