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역사] 박열 - 제국의 심장에서 울린 청년의 외침, 제국에 맞선 불꽃 같은 사랑

영화 개요 

영화 〈박열〉은 2017년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실존 인물인 아나키스트 박열(1902~1974)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일본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박열
영화 박열

이제훈이 박열을, 최희서가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하며 역사적 인물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습니다. 

박열(이제훈 분)

가네코-후미코(최희서-분)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

영화는 단순히 독립운동가의 영웅적 일대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년 박열"이라는 불온하고도 자유로운 인물이 어떻게 제국주의 권력의 심장을 향해 저항했는지를 드러내죠. 특히 일본 제국의 권력 중심부에서, 조선인 청년과 일본인 여성 아나키스트가 함께 저항했던 이야기는 지금도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역사적 배경: 제국의 심장에서 울린 도전 

1920년대 일본은 제국주의 팽창과 군국주의가 강화되던 시기였습니다. 동시에 일본 내에서도 사회주의·무정부주의 사상이 퍼져나가며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었죠. 박열은 조선 청년으로 일본 유학 중이었는데, 그는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무정부주의(아나키즘)를 기반으로 한 사상적 저항자였습니다. 그는 ‘불령사(不逞社)’라는 단체를 조직해 조선인과 일본 청년들이 함께 제국주의에 맞서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일본 정부는 이 틈을 이용해 조선인들을 학살했습니다. 이른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입니다. 일본 당국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박열과 후미코를 "천황을 암살하려 한 위험 인물"로 몰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으로 박열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고, 법정에서 오히려 일본 제국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인물이 됩니다. 



영화 속 주요 장면과 의미

〈박열〉은 법정극의 형식을 차용해, 두 청년의 저항을 밀도 있게 담아냅니다. 

1. 박열의 당당한 태도

일본 재판정에서 그는 피고인이 아니라 마치 재판관처럼 군림합니다. 기죽지 않고, 오히려 조선 독립과 아나키즘의 가치를 외칩니다. 이는 권력 앞에 당당한 청년의 초상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조사받는-박열
조사받는 박열

2. 가네코 후미코의 신념 

최희서가 연기한 후미코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일본인으로서 조선 청년과 함께하며, 제국주의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불태우는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나는 천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후미코의 선언은, 제국 일본 사회에 대한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진솔한 저항이었습니다. 

3. 법정은 투쟁의 무대 

영화는 전통적인 전투나 폭력 장면이 아닌, 법정과 언론의 공간을 저항의 무대로 삼습니다. 이는 총 대신 언어와 사상을 무기로 삼은 독립운동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줍니다. 



영화적 특징

〈박열〉은 이준익 감독 특유의 역사 해석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리얼리티와 드라마의 균형: 실제 사건에 충실하면서도, 인물들의 언행을 날카롭게 각색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캐릭터 중심 서사: 영웅을 신격화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결함과 고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박열은 때로는 거칠고 무모하지만, 그렇기에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옵니다. 

여성 캐릭터의 재발견: 가네코 후미코는 단순히 조연이 아니라, 박열과 대등한 주체로서 묘사됩니다. 이는 여성의 저항과 목소리를 새롭게 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박열과-가네코-후미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역사와 영화의 교차점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충실하지만, 법정 장면의 대사나 두 인물의 관계는 드라마틱하게 재구성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장된 장치’가 오히려 관객이 사건의 본질, 즉, 제국에 맞선 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실제 역사에서 박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일본 감옥에서 22년을 살았고, 1945년 해방 이후 귀국하여 독립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됩니다. 가네코 후미코는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는데, 일본 당국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타살 의혹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의미

〈박열〉은 단순히 과거의 독립운동 영화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저항의 방식: 총이나 칼이 아니라, 사상과 언어, 그리고 인간의 당당한 태도가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국경을 초월한 연대: 조선 청년과 일본 청년이 함께 제국에 맞선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청년의 힘: 불과 20대였던 박열과 후미코의 모습은, 나이는 권력을 무너뜨리는 저항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영화-포스터
영화 포스터


맺음말 

영화 〈박열〉은 불꽃처럼 살다 간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고, 자신들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불의 앞에서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100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영화-박열-배우와-스태프
영화 '박열' 배우와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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