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역사] 평양성 - 웃음으로 쓴 삼국의 마지막 전쟁사, 삼국통일의 진짜 얼굴

영화 개요 - 코믹하지만, 진짜 역사를 품은 사극 

개봉: 2011년 

감독: 이준익 

주연: 이문식, 정진영, 이종혁, 류승룡, 손현주, 윤제문 등 

장르: 역사 코미디 / 사극 블랙코미디 

〈평양성〉은 2003년 흥행작 〈황산벌〉의 후속편으로, ‘백제 멸망 이후, 고구려의 마지막 날’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준익 감독은 이번에도 “역사는 피로 쓰지만, 우리는 웃음으로 읽는다”는 철학 아래 비극적 전쟁의 순간을 풍자와 유머로 그려냈습니다. 

영화 평양성



줄거리 - 멸망 앞에서도, 인간은 웃는다

백제가 멸망한 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은 마지막 남은 고구려를 향해 북진합니다. 그 중심에는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이 있었죠. 신라의 장수 김유신(정진영)과 당나라의 소정방(윤제문)은 서로 협력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서로 견제합니다. 

한편,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종혁)은 나라의 마지막을 지키려 하지만 내부 분열과 배신이 이어지죠. 

전쟁은 혼란스럽고, 백성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그 속에서 평범한 병사 가진수(이문식)는 살아남기 위해 신라군과 고구려군을 오가며 웃음을 선사합니다. 결국 평양성은 무너지고, 삼국은 모두 상처뿐인 승리를 맞이하죠. 영화는 승자의 영광이 아니라, 패자들의 존엄과 인간의 연민을 남깁니다.



3. 역사적 배경 - 삼국통일, ‘승리의 역사’가 아닌 ‘상처의 역사’ 

〈평양성〉의 시대는 668년 고구려 멸망 직전, 삼국시대의 마지막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대적 흐름 정리** 

660년 – 백제 멸망: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 의자왕 항복. → 이준익 감독의 전작 〈황산벌〉이 이 시기를 다룸. 

661~668년 – 고구려 정벌: 신라와 당나라가 이번엔 고구려를 공격. 연개소문 사후 고구려 내부가 분열되며 급속히 약화. 

668년 – 평양성 함락: 당군의 총공격으로 평양성이 함락되고, 고구려는 멸망. → 〈평양성〉이 다루는 시점. 

676년 – 신라의 삼국통일 완성: 그러나 당나라가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 하자 신라는 다시 당과 싸워 결국 한반도 남부 통일을 이룸. 

이 영화는 “신라의 통일”이라는 교과서적 승리 서사를 뒤집어, 그 뒤에 감춰진 피로 얼룩진 민중의 현실을 그려냅니다. 

영화-스틸컷
영화 스틸컷



영화 속 인물로 보는 ‘역사의 인간학’ 

김유신(정진영) - 이상과 현실 사이의 장수 

신라의 영웅으로 기록된 김유신이지만, 영화 속 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입니다. 그는 신라의 승리를 원하면서도, 그 승리가 남긴 희생 앞에 괴로워하죠. “나라를 세우는 건 칼이 아니라, 사람이오.” 그의 말은 전쟁을 넘어선 인간의 양심을 대변합니다. 

김유신(정진영-분)
김유신(정진영 분)


연개소문(이종혁) - 멸망을 아는 사자(死者)의 리더 고구려의 마지막 수호자. 

그는 외세에 맞서 싸우지만, 내부의 분열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역사책 속 ‘강력한 군사 지도자’가 아니라, 무너져가는 나라를 끝까지 붙잡은 고독한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가진수(이문식) - 백성의 얼굴,  전쟁터 한가운데서 가장 약한 존재이자, 가장 강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인물. 

그의 유머는 단순한 코믹이 아니라 생존의 언어입니다. 그는 고구려와 신라, 당나라의 틈바구니를 오가며 “누가 이기든, 우리는 진다”는 냉정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가진수(이문식-분)
가진수(이문식 분)


소정방(윤제문) 외세의 냉소,  당나라 장수로, 전쟁을 계산의 게임으로 보는 인물. 

그의 냉정한 태도는 당시 동북아 국제질서 속 ‘한반도의 비극적 위치’를 상징합니다. 

소정방(윤제문-분)
소정방(윤제문 분)



영화의 미학 - 비극을 유머로 덮은 풍자극 

〈평양성〉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 비극을 웃음으로 해석하는 한국적 미학입니다. 

유머 속의 슬픔: 병사들의 농담, 장수들의 허세, 술자리의 혼란 등 모든 장면이 우습지만 그 안에 피와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평양성은-배우-이광수의-스크린-데뷔작이기도-하다
평양성은 배우 이광수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언어의 풍자: 사투리, 욕설, 비속어를 통해 ‘권력의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신라와 당나라의 회의 장면은 현대의 외교 회담처럼 보이기도 하죠. 

회담-장면
회담 장면

음악과 색감: 전쟁 장면임에도 화려하고 과장된 음악, 흙빛과 붉은색의 대비로 ‘웃음 속 비극’을 강조합니다. 



역사와 영화의 교차점 - 통일의 명암 

〈평양성〉은 단순히 고구려의 멸망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통일의 명암(明暗)’이라는 주제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신라의 삼국통일”은 영광의 역사로 그려지지만, 그 과정은 외세의 힘을 빌린 피의 통일이었습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통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즉, 진정한 통일은 무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임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의 시선 - ‘웃음으로 읽는 역사’의 힘 

〈평양성〉은 1,300년 전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명분을 말하지만, 결국 고통받는 건 백성입니다. 외세의 개입은 늘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됩니다. 그리고 역사는 늘 “승자의 언어”로 기록되죠.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승자의 언어 대신 “웃음으로 기억하는 민중의 언어”를 택했습니다. 이것이 〈평양성〉의 진짜 힘입니다. 

영화-포스터
영화 포스터

평양성,-감독과-출연진
평양성, 감독과 출연진



맺음말 - 웃음 속에 남은 비극, 그게 바로 한국의 역사 

〈평양성〉은 역사를 단순히 비판하거나 재현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는 왜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를 묻는 철학적 풍자극입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패자와 승자 모두가 잃었습니다. 그 잃음의 기억을, 한국인은 유머로 버텨왔습니다. 〈평양성〉은 그래서 슬픈 웃음을 짓게 하는 영화이자, “웃음으로 기억하는 우리 역사”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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