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역사] 아이 캔 스피크 - 말하지 못한 진실, 말하기 시작한 용기

영화 개요 - 웃음 속에 숨겨진 가장 따뜻한 증언 

개봉: 2017년 9월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나옥분), 이제훈(박민재), 염혜란, 박철민, 송영창 

장르: 드라마 / 코미디 

배경: 2000년대 서울, 실제 ‘위안부 피해자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영감을 얻음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머와 따뜻한 인간애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특히 “말하기”라는 키워드를 통해 ‘역사적 발언’과 ‘개인적 해방’을 동시에 그려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죠. 이 작품은 단순히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존엄의 회복’을 유쾌하게 보여준 영화입니다. 

영화-아이-캔-스피크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줄거리 - 잔소리 많은 할머니의 ‘진짜 사연’ 

서울 구청 민원실의 공무원 박민재(이제훈)는 어느 날부터 매일 민원을 들고 오는 ‘문제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을 만납니다. 옥분은 골목길 전봇대 위치부터 시장 재개발 문제까지 구청에 찾아와 끝없이 항의하죠. 직원들 사이에서는 “꼰대 할매”로 불릴 정도입니다. 

민원실의-꼰대-할매,-나옥분
민원실의 꼰대 할매, 나옥분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영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매일 새벽 영어 학원에 가고, 버스에서도 단어장을 붙들고 중얼거리죠. 민재는 처음엔 황당해하지만, 점점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됩니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 하나.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 그러나 평생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사건,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의 기억을 전 세계 앞에서 증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I can speak… 이제 말할 수 있어요.” - 나옥분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를 대표합니다. 그녀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진실이었습니다. 



역사적 배경 - 2007년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아이 캔 스피크〉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사건명: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H. Res. 121, 2007) 

내용: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 

결과: 2007년 7월 통과 

주요 증언: 고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들의 실제 발언 

영화의 ‘미국 청문회 장면’은 바로 이 역사적 순간을 재현한 것입니다. 2007년 2월 15일, 미국 워싱턴 D.C. 청문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m not here to demand money. I’m here to demand justice.” (나는 돈이 아니라, 정의를 원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이 실제 장면을 영화적 상징으로 바꾸어 말의 힘이 역사를 바꾼 순간을 스크린 위에 옮겨놓았습니다. 



인물 분석 - 두 세대의 대화로 완성된 기억의 전승

나옥분(나문희) - 침묵을 깨는 ‘말의 용기’ 

옥분은 수십 년 동안 ‘말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그녀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걸 깨닫죠. 그녀의 영어 공부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해방의 상징입니다. 그녀가 “I can speak.”라고 말하는 순간, 그건 단순히 언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라 존엄을 되찾는 행위입니다. 나문희는 이 역할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어요. 그 연기는 단 한 번의 눈빛으로도 관객을 울게 만들 만큼 섬세했습니다. 

나옥분(나문희-분)
나옥분(나문희 분)


박민재(이제훈) - 침묵하는 세대의 각성 

민재는 젊은 세대, 즉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엔 옥분의 과거를 부담스럽게 여기지만, 결국 그는 그녀의 통역자이자 동반자가 됩니다. 그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이 말할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이 한마디는 세대 간의 연결, 기억의 계승을 상징합니다. 즉, 젊은 세대가 과거를 대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거죠. 

박민재(이제훈-분)
박민재(이제훈 분)



영화의 미학 - 일상 속에서 피어난 역사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유머와 따뜻한 감정선을 유지합니다. 

색채: 회색빛 관공서와 따뜻한 노을빛 교차 - ‘현실의 냉정함’과 ‘인간의 온기’를 대비시킵니다. 

음악: 장면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영어 발음 연습 장면조차도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감싸죠. 

카메라 워크: 청문회 장면에서 롱테이크로 인물의 얼굴을 비추며 ‘말의 떨림’까지 담아냅니다. 

이 모든 연출은 한 가지를 향합니다. “진심은 언어보다 크다.” 

미국-청문회에서-증언하는-나옥분
미국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나옥분



주제 해석 - 말하기의 힘, 그리고 존엄의 회복

〈아이 캔 스피크〉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침묵은 고통을 가두지만, 말하기는 고통을 세상 밖으로 꺼내며 치유를 시작하게 합니다. 이 영화에서 ‘말한다’는 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역사적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화의 제목 I Can Speak의 깊은 의미예요.



역사와 영화의 교차 - 코미디가 품은 정의의 언어

〈아이 캔 스피크〉는 흥미롭게도 ‘코미디’ 장르의 외피를 입은 역사 영화입니다. 관객은 웃으며 시작하지만, 결국 눈물로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는 일상 속 정의감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거대한 운동이나 법정 투쟁이 아니라, 할머니 한 사람의 ‘영어 발음 연습’이 세계사를 흔드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죠. 그 유머와 진심이, 〈허스토리〉의 무게를 일상으로 옮겨놓은 셈입니다.

영화-스틸컷
영화 스틸컷



평론적 평가 - 웃음으로 말한 가장 슬픈 역사

평론가들은 〈아이 캔 스피크〉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귀향〉이 고통의 증언이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공감의 증언이다.” 이 영화는 눈물보다 따뜻한 감정으로 관객에게 ‘역사적 기억의 책임’을 일깨웁니다. 또한, 세대 간 대화와 시민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에서 ‘기억의 문화’를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제작보고회-장면
제작보고회 장면



현재의 우리에게 - “당신도 말할 수 있나요?” 

〈아이 캔 스피크〉는 단지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못하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 과거의 상처를 꾹꾹 눌러온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말하고 있나요?” 진실을 말하는 용기, 그것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시작입니다. 

아이-캔-스피크-포스터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맺음말 - ‘말한다’는 건, 세상을 바꾸는 일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낸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영어 발음”이 아닙니다. 그녀가 세상에 전한 말의 의미, 존엄의 회복, 기억의 계승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변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세상에 울린 가장 강력한 정의의 언어였습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