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역사] 허스토리 - 그녀들의 목소리가 역사가 되다, 역사를 법정 위로 끌어올린 영화 이야기

영화 개요 - 역사를 바꾼 ‘진짜 재판’ 이야기 

개봉: 2018년 6월 

감독: 민규동 

출연: 김희애(문정숙), 김해숙(배정길),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이경미 

장르: 드라마 / 실화 기반 

배경: 1990년대 ‘관부 재판’ (관동과 부산을 잇는 역사적 소송 사건) 

이 영화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시모노세키 법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본군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재판’을 모티프로 한 실화입니다.  “Herstory(그녀의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여성들이 직접 말하고 싸운 역사를 기록합니다. 

허스토리
영화 허스토리



줄거리 - ‘말할 수 없던’ 그녀들이, 마침내 말하다

1990년대 초, 부산의 여행사 대표 문정숙(김희애)은 한 우연한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한 ‘도움’의 마음이었지만, 그녀는 곧 자신이 목격한 현실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부끄러운 역사”임을 깨닫습니다. 

정숙은 일본 변호사와 손을 잡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일본으로 데려가 직접 증언하게 합니다. 그녀들은 제대로 된 통역도, 보호도 없이 냉담한 일본 재판부 앞에 서야 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과를 원합니다.” 재판은 길고도 고통스러웠습니다. 패소와 조롱, 무시와 모욕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내 인생의 마지막 싸움이다.” 그 말은 곧 ‘존엄의 선언’이었습니다. 

마침내, 일본 법원은 12명 중 3명의 피해자에게 배상 판결을 내립니다. 비록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이것은 ‘일본 사법 역사상 최초의 정부 책임 인정 판결’이었습니다. 



실제 역사 - 관부 재판, 여성들이 세운 정의의 이정표

〈허스토리〉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사건명: 관부 재판(관동-부산 공동 소송) 

기간: 1992년 ~ 1998년 

장소: 일본 시모노세키 지방법원 

의의: 일본 내 최초로 정부의 전쟁 책임을 인정한 판결 

피해자들은 부산 지역의 할머니들이었고, 이들을 지원한 이들이 바로 ‘부산여성회’와 시민단체들이었습니다. 이 재판은 단순히 ‘배상금’을 위한 소송이 아니었어요. 그녀들의 목적은 단 하나  “우리는 존재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겠다.” 이 한마디가 전쟁 이후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여성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보게 만든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인물 분석 - 그녀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투사’였다

문정숙(김희애) - 관료적 현실을 넘어선 연대의 리더 

문정숙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 관부재판을 이끌었던 부산 시민운동가들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처음엔 사업가였지만, 점차 ‘연대의 힘’을 깨닫고 운동가로 변모합니다. 그녀의 변화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무관심은 또 다른 가해다.” 김희애는 차가움과 따뜻함,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완벽히 그려냈습니다. 

김희애
문정숙(김희애 분)


배정길(김해숙) - 눈물로 역사를 증언한 할머니 

영화의 중심은 언제나 할머니들의 ‘증언’에 있습니다. 배정길은 실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의 대사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이후로 내 목소리는 사라졌어요. 이제라도, 나 좀 들어줘요.” 그녀의 증언 장면은 극장 안을 숨죽이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김해숙의 연기는 ‘눈물의 연기’가 아니라, ‘존엄의 연기’였습니다. 

배정길(김해숙)
배정길(김해숙 분)


일본 재판부 & 변호인들 - 냉정한 법과 뜨거운 인간성의 대립

영화 속 일본인 변호사와 통역인, 그리고 재판부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국가 간 갈등’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확장시킵니다. 그중 일부 일본인 변호사들은 “이건 일본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인류의 부끄러움이다.”라고 말하죠. 그 한 문장이 영화 전체의 윤리를 압축합니다.



영화의 미학 - 눈물보다 뜨거운 정의의 언어

〈허스토리〉는 감정의 폭발보다, 진실의 언어를 선택한 영화입니다. 

연출: 법정 드라마의 긴장감 속에서도 인물들의 얼굴을 길게 잡아, ‘말하는 순간’을 강조합니다.

음악: 웅장한 음악 대신, 침묵과 숨소리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색채: 어두운 법정과 따뜻한 부산의 바다를 교차시켜 ‘고통 속 희망’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의상과 소품: 실제 당시의 옷과 자료를 고증하여 다큐멘터리적 리얼리티를 강화했습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더 강한 울림을 줍니다.

영화 속 장면
영화 스틸컷



주제 해석 - “그녀들이 말했다. 역사가 바뀌었다.” 

〈허스토리〉는 단순한 피해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발화의 영화”, 즉 ‘말하기의 힘’을 다룬 작품입니다. 

침묵하던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역사는 움직입니다. 법정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 재탄생하는 공간이 됩니다. 그녀들은 정의를 얻지 못했지만, 존엄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존엄이 〈귀향〉의 ‘기억’을 〈허스토리〉의 ‘행동’으로 이어주었습니다. 



역사 속 의미 - 여성 인권의 새로운 장을 열다

〈허스토리〉는 한국 영화사에서 여성 인권, 시민운동, 국제 정의라는 세 축을 연결한 드문 작품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법적·사회적 의제로 확장 

-여성 인권 운동의 세계화 계기 

이 영화 이후, 국내외에서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을 새롭게 조명하는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즉, 〈허스토리〉는 영화 그 이상, 사회적 운동의 기억입니다. 

허스토리는-일본군-위안부-문제를-법적,-사회적-의제로-확장했다.
허스토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법적, 사회적 의제로 확장했다.



평론적 평가 - 감정이 아닌 진실로 울리는 영화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향〉이 울음의 영화라면, 〈허스토리〉는 행동의 영화다.” 

또 다른 평론가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한 줄의 진술서가 한 나라의 양심을 깨운다.” 

〈허스토리〉는 감정적 호소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실과 말의 힘으로 역사를 증명합니다. 그 절제된 연출이 오히려 더 강한 울림을 주죠. 

문정숙과-배정길
문정숙과 배정길



현재의 우리에게 - ‘기억을 말하는 용기’

〈허스토리〉는 현재의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침묵할 건가요, 아니면 말할 건가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증언의 책임’을 전합니다. 단지 그 시대의 피해자들만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도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할 증언자라는 사실을 일깨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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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탭 및 출연진



맺음말 - 그녀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허스토리〉는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진실”의 시대에 “말하는 것만으로도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그녀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이미 역사가 되었죠.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꾼 증언자였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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