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역사]명화 속의 상징을 만나다(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혹시 이 그림을 아시나요?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가 17세기에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면 어두운 배경 속에서 한 소녀가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보는 이들은 그림에 깊이 빠져듭니다. 특히 진주 귀걸이, 조금 벌어진 입술, 눈동자의 하이라이트에 주목하게 되죠. 진주는 당시 네덜란드에서 처녀의 순결을 의미하였다고 하는데 작품 속 주인공인 이 소녀는 결혼을 앞두고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 같은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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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처럼 어떤 소품은 화면을 장식하는 것 뿐만 아닌 미술에서 종종 어떤 의미나 상징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특히 같은 시대의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고 이해하는 의미를 담고 있죠. 이런 상징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베르메르의 작품을 통해 미술 작품 속의 상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과 영화의 다른 점

그림과 영화의 다른 점은 정지된 화면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는 거겠죠? 이런 이유로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기호나 상징을 그림 속에 담아내곤 했습니다. 이렇게 상징을 사용한 작품은 보는 것에서 나아가 읽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결혼식의 초상)

아래에서 보는 작품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결혼식의 초상)이라는 작품입니다. 화가는 결혼식 장면을 결혼 서약서 같이 그려내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초가 꽂힌 등불이 보이는데, 신의 기호가 함께 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남성과 여성의 자세가 서로 다릅니다. 남성을 손을 치켜세웠고, 여성은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얹었습니다. 남성의 손은 하늘과의 관계와 권위를 보여주고, 여성의 배는 아이를 많이 낳아 가족을 번영시키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왼쪽 구석에 벗어 놓은 슬리퍼는 신성한 곳에서 신을 벗는다는 기독교적 의미를 담습니다. 또한 남성이 입은 모피나 옆의 오렌지는 부유함을 표현합니다. 이렇듯 작품을 살펴보면 작가가 사진을 찍듯이 결혼식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 것 보다는 결혼식에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메세지를 작품에 넣어 놓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네덜란드에서는 17세기 무렵 다양한 상징을 넣은 그림 작품이 유행했습니다. 특히 엄숙한 종교화보다는 일상생활의 모습이나 경험을 담은 그림을 선호하는데 시민들까지 미술 시장이 확산되며, 자신들의 경험을 반영한 주제나 사물을 선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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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



바니타스 정물화

다음 보실 작품은 바니타스 정물화입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허영심이라는 뜻입니다. 세속적인 삶이나 단순한 물질적인 추구는 허망하다는 것을 나타내죠. 이 정물화에서는 세속적인 의미를 가지 여러 사물과 도구를 배치하며, 사람들이 허영심을 쫒지 않고, 소박하고 금욕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교훈을 담은 그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바니타스-정물화
바니타스 정물화



얀 스텐 혼란한 세상

한편 풍속화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시민 계급이 형성되며, 장사하는 상인의 모습, 집에서 일하는 주부, 일하는 농부 등 서민들의 삶을 보여준 거죠. 이 작품의 이름은 혼란한 세상입니다. 사치를 경계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가운데에는 한 여인이 술병을 들고 있고, 옆에 남자는 술에 취해 있습니다. 서로 희희낙낙하고 있죠. 이 희희낙낙하는 남녀 뒤로는 술집 주인이 모피를 입은 채 잠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는 여러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어른의 진주 목걸이를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 담배를 피는 아이, 벽장에서 물건을 훔치듯 귀중품을 꺼내는 아이 등 여러 나쁜 일들을 하고 있죠. 동물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떨어진 음식을 먹는 돼지, 신사의 어깨에 올라있는 거위, 시곗줄을 흔들고 있는 원숭이 등입니다. 이 작품은 돈과 권력, 시간을 낭비하거나 함부로 사용하였을 때 어떻게 되는지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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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스텐 혼란한 세상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의 작품도 보시겠습니다. 이 작품은 이른 아침에 한 여인이 신선한 우유를 따르는 모습입니다. 왼쪽에 창이 나 있는데 햇살이 스며 들며, 벽에 있는 작은 못과 그림자까지 자세히 묘사합니다. 햇살은 여인이 따르고 있는 우유를 밝게 비춥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창조합니다. 베르메르의 아버지는 그림이나 골동품을 판매하였고, 술집도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베르메르도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았으며, 그림을 계속 그렸죠. 평생 남긴 작품은 35점 정도로 많지는 않고, 당시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사후에도 큰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1880년대 여러분이 잘 아는 반 고흐가 그의 이름을 언급했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사랑 받는 서양화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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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베르메르의 작품에서 보이는 촉감과 질감

베르메르의 작품에는 특별한 이야기나 서사가 있거나, 여러 사람이 연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습니다. 한 두 명 정도의 인물이 등장하고, 고요한 장면을 묘사할 뿐입니다. 하지만 베르메르의 작품은 순간과 영원을 나타내는 신비함 같은 것이 있습니다. 베르메르 작품이 주는 신비감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포착한 촉감과 질감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물이 가지는 촉각의 느낌까지 생생하게 그려내고 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빠져드는 것이죠. 



베르메르의 화가의 아틀리에

베르메르의 또다른 작품을 보시겠습니다. 화가의 아틀리에입니다. 이 작품은 베르메르가 자신의 작업실 휘장을 걷어내고 초대한 관람자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화가는 붓을 들고 이젤이 있는 캔버스 앞에 뒷모습이 보이고, 작업실 안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습니다. 베르메르는 작품에 다양한 사물을 넣었는데, 여인의 머리 위에 쓴 것은 올리브관이고, 손에는 책과 악기를 들고 있습니다. 베르메르의 옷은 헤진 작업복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의상입니다. 입고 있는 붉은색 바지는 화려함을 더해줍니다. 해석을 하자면 올리브관은 명성, 악기는 명성이 알려지는 것, 책은 후세에도 전해진다는 그런 상징적인 의미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화가의 명성과 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베르메르의 마음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또한 좀 더 촉각적인 모습을 살펴보자면 햇살은 모델을 하고 있는 여인을 감싸며 비춥니다. 화가의 옷은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있고 바닥은 체크무니입니다. 두 대비를 통해 화가에게 더욱 주목하도록 하며 생생하게 묘사된 직물이 그려진 휘장은 관찰자가 휘장을 걷어 화가의 작업실을 보는 느낌을 줍니다.

베르메르의-화가의-아틀리에
베르메르의 화가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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