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한 대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걸 처음 봤을 때 신기했습니다. 손이 네 개가 건반 위에서 동시에 움직이는데, 부딪히지 않고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나 싶었죠. 이번에 소개할 곡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입니다. 원어로는 'Fantasy four hands'입니다. 제목 그대로 피아노 한 대에 손이 네 개가 필요하니, 연주자도 두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두 사람은 보통 의자 두 개를 붙여 나란히 앉아 호흡을 맞춰 연주합니다. 오른쪽에 앉은 연주자가 고음 파트를 맡고, 왼쪽에 앉은 연주자가 저음 파트를 담당합니다. 고음 파트를 first, 저음 파트를 second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first가 더 중요하게 들릴 수 있지만, second 파트가 덜 중요하거나 존재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베이스 부분이다 보니 템포나 페달을 밟는 등 곡 전체의 구조적인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one piano four hands — 합주의 또 다른 세계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는 보통 남녀 혼성으로 연주합니다. 여성 연주자가 고음 파트, 남성 연주자가 저음 파트를 맡는 방식이죠. 피아노 한 대에 두 명이 같이 연주하는 경우를 one piano four hands라고 하고, 피아노가 한 대 더 있으면 two piano four hands라고 합니다.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은 슈베르트가 말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곡의 길이가 상당히 길고, 템포의 종류도 무수히 많고, 테크닉적으로 난해하고 화려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난해하고 음악적으로 깊이가 있는 곡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이해하며 들을 수 있겠지 싶은 곡이에요.
|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 — 빠르기 하나도 고민이다
이 곡의 연주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이고, 빠르기는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로 시작합니다. 알레그로는 약간 빠르게, 몰토는 영어로 more, 좀 더라는 의미입니다. 모데라토는 보통 빠르기입니다. 한 곡에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이 두 개 나오는 것이죠. 이런 경우 연주자들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며 연주 전에 서로의 박자를 맞춰봐야 합니다. 이런 어울림이나 조화를 앙상블이라고 하죠. 가르쳐본 경험으로는 연주자 두 명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 합을 맞추는 데 꽤 시간이 걸립니다.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는 '알레그로'에 좀 더 가깝게 연주해야 할지, '모데라토'에 가깝게 연주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빠르기이지만 알레그로에 가깝게 연주하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박자는 박자기인 메트로놈에 정확하게 기보되어 있지만, 사람이 연주하고 사람이 곡을 썼기 때문에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분 연주에 쉬는 부분이 없다
이 곡은 연주 시간이 20분에 가까워지지만 중간에 쉬는 부분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 이상으로 박자 변화가 많습니다. 앞부분은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로 빠르게 연주하다가 느려지라는 표시도 없는데 템포가 조금씩 느려지며 '라르고'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라르고 부분이 끝나면 느린 템포에서 빨라지라는 표시도 없이 갑자기 '알레그로비바체'로 연결됩니다. 알레그로는 활기차게 빠르게, 비바체는 좀 더 많이 빠르게 연주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템포도 연주자마다 알레그로에 치중할 수도 비바체에 치중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곡에서는 3/4박자로 조금 빠른 템포입니다.
A-B-C-A 구조와 푸가 마무리
이 곡은 소나타 형식처럼 여러 에피소드들이 어우러지며 주제가 대비와 발전, 절제를 거듭합니다.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 라르고, 알레그로비바체, 반복되는 아 템포로 구성되어 있고, 쉼 없이 연주되어 누군가는 단일 악장으로, 누군가는 4개의 악장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전곡을 관통하는 처음 주제가 파생되어 반복되는 푸가로 마무리됩니다. 마치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가 하나로 통합된 듯한 구조입니다. 이어지는 대비적 흐름과 주제의 발전, 절제, 반복 등의 진행으로 A-B-C-A의 소나타 형식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모차르트 때부터 시작했고 베토벤 소나타에서 많이 나오는 형식입니다.
템포 I과 아 템포 — 비슷하지만 다른 두 지시어
악보 뒤쪽에는 늘임표가 있고 템포 I(tempo I)이 나옵니다. 충분히 쉬었다가 첫 템포로 가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용어로 아 템포(a tempo)도 있습니다. 아 템포는 원래 템포대로 가라는 뜻인데, 원래 템포에서 박자 변화가 있었다가 아 템포가 나오면 박자 변화가 있기 바로 직전의 템포로 연주하라는 의미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처음 이 두 표현의 차이를 알았을 때 작은 단어 하나에도 이렇게 세밀한 구분이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래식 시대의 작곡가들은 악보에 템포를 정확히 기보했습니다. 메트로놈이 클래식 시기 초중반기에 만들어졌고, 그 영향으로 작곡가들이 템포를 많이 고민하고 상세히 기보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수백 년 전 음악을 작곡가의 의도에 가깝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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