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라는 말은 어떤 뜻을 가질까요? 또 보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살펴보다, 관찰하다와 같은 것은 대상을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을 나타냅니다. 훔쳐본다고 말할 때는 내가 가진 의도를 숨긴 채 몰래 지켜본다는 것을 말합니다. 째려보다, 노려보다라는 의미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기죠. 이렇듯 우리는 어떤 것을 볼 때 내가 가진 태도나 감정, 의도를 그곳에 담고 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림 속에서 그림 속의 인물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눠 볼까 합니다. 이 대화를 통해 그림 속에서 화가의 시선과 나의 시선을 새롭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르네상스 시대의 기법
관람하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여러가지 기법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누비 소매 옷을 입은 남자라는 그림으로 1510년 티치아노가 그렸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옷의 경계선 주름, 명암 등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어디에 시선이 머물렀나요? 대부분의 사람은 작품 속의 인물의 눈에 시선이 멈췄을 것입니다. 이 인물은 약간 돌아 앉아 있고, 난간에 팔을 기댔습니다. 관람자 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구도는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입니다. 이는 삼각형의 꼭지점에 인물의 얼굴이 관람자의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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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치아노 누비 소매 옷을 입은 남자 |
현대에는 아이 트래킹 기술이 발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관람자가 작품을 감상할 때, 어디에 시선이 머물며 또 시선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연구하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 전체를 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 안구는 부분 부분을 파악하고 분석하며, 조리개처럼 빠르게 초점을 맞추며 움직입니다. 이런 시선의 움직임, 머무름 등을 파악하며, 사람이 그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개인차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옛날 화가들은 이런 아이 트래킹 기술이 개발되기 전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런 기법을 만든 것이죠.
셀카의 시선과 의미
혹시 여러분은 셀카를 좋아하십니까? 서유럽 화가들이 그린 1474점의 1인 초상화를 분석했는데 여자 모델일 경우 68%, 남자 모델일 경우 56%가 왼쪽 얼굴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왼쪽 얼굴을 더 많이 보여 준거죠. 렘브란트도 다양한 초상화를 그렸는데, 여성 초상화는 74%가 왼쪽 얼굴을 보여 주고, 남자의 경우에는 74%가 오른쪽 얼굴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남성이 이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회피 기제로 합니다. 사람들이 왼쪽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는 친근함을 나타내지만 남성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때가 많아 이를 중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른쪽 얼굴을 그렸다는 것이죠.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과 시선
이제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자화상을 보겠습니다. 고흐가 1887년에 그린 작품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 속에 고흐의 눈동자를 볼 수 있습니다. 고흐의 눈에서는 왠지 모를 공허함과 지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짙은 초록색의 눈동자는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통 초상화에서는 눈동자에 하얀 점을 찍어 빛을 표현하지만 이 고흐의 눈동자에는 빛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초록색 배경과 눈동자의 색깔이 연결되며 눈동자가 빈 것과 같은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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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
1889년에는 고흐는 또 다른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입니다. 고흐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데, 자신의 귀를 자르는 자해를 한 뒤인 것 같습니다. 다소 몰려 보이는 그의 눈은 흔들리고 초점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당시 여러 정신 질환을 겪고 있었던 고흐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초상화의 눈동자를 보면, 인물의 눈빛에서 그 사람의 삶이 느껴집니다. 또한 눈에는 삶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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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
작품 속 다양한 시선들
관람자의 시선 교환에서 더 나아가 등장 인물 간에 시선을 교환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가 그린 부지발의 무도회 작품입니다. 르누아르가 1883년에 그렸죠. 남성은 여성에게 완전히 집중하고 바라보고, 여성은 새침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며 남자를 의식한 듯 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춤을 추고 있는 남녀 뒤로는 서로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한 쌍의 남녀도 보입니다. 이처럼 르누아르의 작품 속에 인물들은 따사로운 눈길로 누군가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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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누아르의 부지발의 무도회 |
하지만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에서는 관람자를 향해 관조적인 시선을 보입니다. 마네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서는 관람자를 오히려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풀밭 위에서 정장을 한 남성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여자는 나체입니다. 턱에 손을 괸 채 관람자를 느긋하게 쳐다보고 있죠. 흥미로운 듯 바라보거나 조롱하는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마치며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눈을 맞추는 것이 무척 중요한 것처럼 작품 속 인물을 볼 때 눈빛을 바라보는 것은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또한 암, 붓놀림, 경계선. 시선 등 작가가 만들어 놓은 여러 장치를 따라 자연스럽게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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