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독일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지방마다 군주가 따로 있어서 주변 지역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그 영향으로 독일 작곡가들은 다른 나라의 음악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바흐는 해외를 직접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주변 유럽 나라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았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탈리안 콘체르토〉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당시 이탈리아가 음악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주는 곡입니다.
콘체르토란 무엇인가 — 협주곡의 본래 의미
콘체르토는 협주곡을 뜻합니다. 지금은 이 용어가 워낙 익숙해서 그냥 콘체르토라고 부르지요. 뒤에서 여러 악기 연주자들이 반주를 하고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독주를 펼치는 형식이 콘체르토입니다.
그런데 바흐는 왜 하필 〈이탈리안 콘체르토〉를 작곡했을까요. 바로크 후기까지 서양 음악, 특히 유럽에서 이탈리아는 음악의 중심지였습니다. 수많은 음악 용어가 이탈리아어에서 나왔고,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선진국이었습니다. 바흐는 이탈리아 문화에 호의적이었고, 음악 외에도 여러 분야의 예술을 배우려 했습니다. 그중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작곡가이자 연주자였던 안토니오 비발디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이탈리안 콘체르토〉는 형식적인 면에서 비발디의 스타일을 상당히 가깝게 따랐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곡인데, 〈사계〉와 〈이탈리안 콘체르토〉를 나란히 들어보면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옵니다.
콘체르토는 한자로 협주곡입니다. 오케스트라와 한 명의 솔리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곡이죠. 요즘 협주곡이라고 하면 수십 명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같은 솔리스트가 함께 무대에 섭니다.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고 간혹 주고받기도 하는데, 콘체르토에서는 결국 솔리스트가 중심이 됩니다. 그런데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는 피아노, 당시로 치면 챔발로 하나로만 연주합니다. 엄밀히 말해 콘체르토의 원래 의미와는 맞지 않는 것이죠. 진정한 의미의 콘체르토라면 오케스트라나 다른 악기가 있어야 하는데, 바흐의 이 곡은 건반악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냅니다.
| 바흐가 젊은 시절 작곡한 악보 |
피아노 한 대 안에서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가 나뉜다
〈이탈리안 콘체르토〉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함께하는 협주곡이라고 느껴질 만한 구성이 있습니다. 처음 6~7마디 정도는 뚜띠(Tutti)입니다. 뚜띠는 이탈리아어로 '모두 함께'라는 뜻으로, 50~60명의 오케스트라 전체가 한꺼번에 연주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피아노로 치고 있는데도 마치 오케스트라 전체가 울리는 것 같은 두터운 소리가 납니다.
7~8마디부터는 분위기가 바뀝니다. 오른손이 선명한 멜로디를 이끌고, 왼손은 뒤로 물러나 조용하게 받쳐줍니다. 오른손은 독주 악기, 왼손은 오케스트라 반주처럼 들립니다. 오른손 멜로디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인데, 특히 고음인 바이올린 협주곡의 분위기와 닮아 있습니다. 〈이탈리안 콘체르토〉는 피아노 독주곡이지만 구성 면에서 지금의 협주곡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 곡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합니다.
2악장 - 느리지만 더 깊이 들린다
2악장도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템포가 느린 앞부분에서 왼손이 오케스트라처럼 낮게 깔리고, 오른손이 그 위에서 솔리스트처럼 선율을 노래합니다. 1악장의 바이올린 느낌과 달리, 2악장의 오른손 선율에는 맑고 투명한 고음이 어울립니다. 플루트나 가사 없이 부르는 소프라노 같은 음색입니다. 편곡자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버전을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바흐의 원곡 악보에는 메트로놈 표기 같은 빠르기 지시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박자기인 메트로놈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기보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죠. 요즘 출판되는 악보에는 여유 있게, 조금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의 '안단테(Andante)'를 표기하고 있습니다. 연주자에 따라 안단테의 해석이 달라지니, 같은 2악장도 누가 치느냐에 따라 체감 속도가 꽤 다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탈리안 콘체르토〉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