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휘를 하고, 작곡과 편곡을 하고, 오르간까지 직접 연주하는 만능 음악가로 일했습니다. 독일 성악가 지인들이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두 장르만 잘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바흐가 남긴 칸타타와 오라토리오의 양이 방대합니다. 지금도 연주되는 칸타타나 오라토리오의 3분의 2 정도가 바흐의 곡일 만큼, 이 장르에서 바흐가 차지하는 자리는 독보적입니다.
|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 |
바흐는 자녀 이야기로도 유명합니다. 작곡가였던 두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와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바로크 음악이나 클래식을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작곡가들입니다. 아버지의 명성과 별개로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음악가였습니다. 또 바흐는 결혼을 두 번 했는데, 성악가였던 두 번째 부인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성악이 들어간 곡을 작곡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자녀는 모두 스무 명이나 됐다고 하니, 음악가로서의 삶만큼이나 개인적인 삶도 풍성했던 사람입니다.
파르티타란 무엇인가 - 변주곡이자 모음곡
이번에 소개할 곡은 파르티타(Partita)라는 장르입니다. 쉽게 말하면 변주곡으로 보면 됩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여러 곡을 묶은 모음곡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입니다. 아마도 파르티타가 변주곡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낭만주의 이후에 갑자기 발전한 변주곡이라는 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 같습니다.
파르티타는 처음에 《클라비어 위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습니다. 클라비어는 독일어로 건반악기, 위붕은 연습이라는 뜻이니, 직역하면 건반 연습곡집입니다. 낭만주의 이후 작곡가들의 표현으로는 그냥 연습곡입니다. 쇼팽 연습곡이나 체르니 연습곡과 비슷한 위치의 악보로 보면 됩니다. 바흐는 이후의 어떤 작곡가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발견하고 발명하고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기존의 장르들을 한데 모아 체계화하고 이론으로 정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교육자로서도, 연주자로서도, 작곡가로서도 최고였다는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닙니다.
파르티타 6번 - 토카타에서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
바흐의 파르티타 모음곡은 총 6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마지막인 6번은 마단조로 쓰인 곡입니다. 6번의 첫 번째 악장은 토카타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면 클래식 기타로 스트로크를 이용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느낌이 납니다. 아르페지오란 음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혹은 오르내리며 흘러가듯 연주하는 기법입니다. 토카타를 들을 때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 훨씬 재미있게 들립니다.
바흐는 토카타라는 장르를 음악사와 대중에게 알린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당시만 해도 토카타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형식이 아니었는데, 바흐는 파르티타 6번에서 이를 굉장히 긴 호흡으로 풀어냈습니다. 아르페지오를 두 번 정도 반복하다가 토카타로 넘어가는 부분이 잠깐 나오고 마무리되는 구조가 계속 이어집니다.
아리아 - 성악에서 온 선율
파르티타 6번의 네 번째 악장은 아리아(Aria)입니다. 아리아는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주인공이나 중요한 인물이 혼자 부르는 곡을 뜻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칸타타나 오라토리오에서 솔리스트가 단독으로 노래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칸타타와 오라토리오는 종교음악 장르입니다. 바흐는 궁중에서 연주할 음악을 작곡하고 가르치는 궁중음악가였고, 바흐가 만든 음악의 상당수는 교회 종교음악입니다. 아리아는 오페라에서도 선율이 아름다운 솔로곡을 가리킵니다. 피아노에서도 하나의 선율, 즉 멜로디가 중심이 되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의 멜로디가 귀에 바로 꽂히지는 않습니다. 300년 전 바로크 시대 음악인 데다, 국가적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독일 작곡가 바흐의 곡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알라망드와 누에보 탱고 - 춤곡이 음악이 되는 순간
파르티타 6번의 두 번째 악장 부제는 알라망드(Allemande)입니다. 알라망드는 하나의 장르로, 바로크 시대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행하던 춤곡입니다. 들어보면 예상보다 리듬이 빠르고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원래는 춤 반주용으로 쓰이던 음악이었는데, 작곡가가 손을 대다 보니 음악 자체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춤곡이긴 한데 춤보다 음악이 앞서게 된 것이죠.
음악에서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민속 음악이나 춤곡을 작곡하다 보면 원래 목적을 넘어서 음악 자체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비슷한 예가 탱고입니다. 기존의 탱고는 춤을 위한 반주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춤을 위한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끌어올려 누에보 탱고(Nuevo Tango)를 만들었습니다. 누에보는 스페인어로 새롭다는 뜻이니, 말 그대로 새로운 탱고입니다. 바로크 시대의 알라망드나 쿠랑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춤곡을 작곡가들이 건반 작품으로 옮기면서 음악을 우선순위로 한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