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역사] 바흐 평균율 —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라 불리는 이유

이번에 소개할 곡은 바흐의 〈평균율〉이라는 모음곡입니다. 평균율은 말 그대로 음정의 체계가 평균한 비율로 이루어진 음률입니다. 반의어는 순정률로, 순수한 비율의 음정을 뜻합니다. 바흐는 순정률 악기로 연주하는 곡도 많이 작곡했지만, 건반악기로 연주하는 평균율 곡도 많이 남겼습니다. 건반악기 음의 비율을 평균으로 계산해서 음률을 만들어도 충분히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죠. 

바흐의-평균율
바흐의 평균율



피타고라스에서 바흐까지 - 음악과 수학의 연결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세상 모든 것을 수로 나타냈고, 음악도 수로 정리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음악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가 정리한 수가 바로 순정률입니다. 바흐는 비슷한 음, 근사한 음정을 수학적인 방식으로 평균 내어 정리했는데, 이것이 평균율입니다. 좀 더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음률이지만 수학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바흐는 동료들에게 보란 듯 평균율을 활용해 순식간에 48곡을 작곡해냈습니다. 평균율과 순정률은 짧은 시간에 깊이 설명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음악의 역사와 원리는 물론 미술, 철학, 수학까지 얽혀 있을 만큼 광범위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 

바흐의 〈평균율〉 첫 번째 곡 중 프렐류드는 프렐루디움이라고도 부릅니다. 앞서 평균율이 수학과 연결된다고 했는데, 음악은 무엇보다도 수학적입니다. 피타고라스가 수로 정의한 음악의 원리가 음악 전체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요즘 피아노로 대표되는 건반악기 음악에서 바흐의 〈평균율〉은 구약성서에 비유됩니다. 베토벤의 32개 소나타를 신약성서에 비유하는 것처럼요. 구약성서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는, 바흐의 〈평균율〉이 없었다면 음악 자체가 지금처럼 존재할 수 없었을 만큼 그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곡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됩니다. 영화 음악으로 쓰이기도 하고, 클래식한 바로크 연주는 물론, 재즈 트리오로 편곡되기도 하고 피아노, 드럼, 베이스, 마림바 등 전혀 다른 편성으로 연주되기도 합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왜 음정이 완벽히 맞지 않나 

평균율과 순정률은 서로 반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순정률로 만들어진 악기가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같은 현악기입니다. 반면 몇몇 관악기와 피아노는 평균율로 조율됩니다. 그래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혹은 첼로와 피아노처럼 음률이 다른 악기가 함께 앙상블을 하면 엄밀히 말해 음정이 완전히 맞지 않습니다. 음정의 기초 자체가 다르게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기계로 맞춰도 어느 순간 오묘하게 어긋나는 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약 20000Hz 정도라,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아름다운 선율에 묻혀 좀처럼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프렐류드와 푸가 - 같은 곡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들릴까 

첫 번째 곡 프렐류드의 중심 조성은 다장조입니다. 한 곡의 뼈대가 되는 조성은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데, 바흐는 〈평균율〉의 첫 번째 곡을 다장조로 작곡했습니다. 〈평균율〉 24곡을 각각 프렐류드 1개, 푸가 1개씩 짝지어 작곡했으니, 원래 24곡인데 실제로는 48곡이 된 것입니다. 바흐가 음률을 집대성하고 정리하지 않았다면 피아노라는 악기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음악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바흐는 아름다운 선율을 목표로 삼았다기보다 음정의 평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평균율을 정의했는데, 만들다 보니 완벽해졌고 동료 음악학자들도 좋아했으며 선율도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연주를 듣다 보면 프렐류드는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반면 푸가는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프렐류드는 멜로디 하나가 이끌어가는 1성의 단선율입니다. 반면 푸가는 4성부까지 있습니다. 4성부란 합창에서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가 동시에 노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성부가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푸가는 음악적으로 중요하고 연주하기도 훨씬 어렵지만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프란츠 리스트 같은 낭만주의 음악은 화려하고 테크닉적이라 눈으로 보기만 해도 멋지지만 대부분 1성부입니다. 그런데 바흐는 리스트보다 100년 이상 앞서 4성부까지 만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잔잔하고 조용하게 연주하는 것 같지만 그 어려움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들 사이에서 푸가가 가장 외우기 힘든 곡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비슷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성부마다 달라지다 보니, 연주하다 어느 순간 길을 잃기 쉽습니다. 

여러분도 바흐의 푸가를 들을 때는 성부 하나하나를 염두에 두고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