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역사]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31 — 아이만 쉽고 어른은 어려운 음악의 비밀

이번에 소개할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쾨헬번호 331입니다. 모차르트는 총 19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이 곡이 열한 번째입니다. 그래서 피아노 소나타 11번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곡뿐만 아니라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은 악보만 놓고 보면 까다롭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이 많이 연습하고 레슨을 받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묘한 점이 있습니다. 숙련된 테크닉을 갖춘 피아니스트들이 오히려 모차르트 음악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모차르트 음악을 공식 연주회에서 선뜻 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감각으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며 명쾌한 곡을 단번에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생각이 깊어지고 자신만의 철학이 생길수록, 그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그대로 표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아이가 치기엔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슈나벨이 연주한 앨범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모차르트 음악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 어찌 보면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짚어낸 표현인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피아노의 기본 테크닉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모차르트를 놀랍도록 잘 칩니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모차르트 역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악보에 담았습니다. 그 순수한 방향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반면 기성 피아니스트들은 음악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연주에 배어 나옵니다. 그 깊이가 오히려 모차르트가 추구했던 맑고 단순한 세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숙련된 피아니스트들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자신의 주관을 최대한 걷어내려 애씁니다. 그만큼 공식 무대에서 모차르트를 제대로 연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안단테 그라지오소 — 차분하고 우아하게

모차르트 소나타 쾨헬번호 331의 1악장에는 '안단테 그라지오소(Andante grazioso)'라는 나타냄말이 기보되어 있습니다. 안단테는 조금 느리게, 그라지오소는 우아하게라는 뜻으로, 차분하고 품위 있게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이 곡은 소나타 형식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변주곡입니다. 악곡의 각 부분이 계속 변형되다가 마지막에 독립된 소품처럼 마무리되는데, 전체적으로는 소나타의 느낌을 줍니다. 

일부 음악학자들은 쾨헬번호 331의 선율이 당시 독일 민요에서 비롯됐다고 추측합니다. 모차르트는 문화적으로 앞선 오스트리아 출신이었지만, 독일 민요의 멜로디를 가져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변주의 난이도가 계단처럼 높아진다 

이 곡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변주의 난이도가 차츰차츰 올라갑니다. 어릴 때 연습하던 체르니나 하농처럼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구성입니다. 연주자도 듣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흐름이라, 아마도 그렇게 작곡된 것 같습니다. 

쾨헬번호 331에서 미뉴에트라고 표시된 부분은 2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3/4박자의 전형적인 춤곡 미뉴에트입니다. 악장을 나눠보면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첫 부분이 1악장, 성격이 전혀 다른 미뉴에트 부분이 2악장, 그리고 미뉴에트의 왈츠 부분 이후 느린 부분부터 3악장으로 이어집니다. 




3악장 알라 투르카 — 왜 하필 터키였을까 

3악장에는 '알라 투르카(Alla Turca)'라고 적혀 있습니다. 투르카는 터키를 뜻하는 말로, 알라 투르카는 터키행진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악보 맨 위에는 론도(Rondo)라고도 쓰여 있습니다. 론도는 주제부와 삽입부가 번갈아 등장하는 음악 형식으로, 대부분 강-약으로 빠른 짝수 박자로 진행돼 2/4박자로 기억해두면 편합니다. 

왜 하필 터키였을까요. 당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유럽의 절반 가까이를 지배하던 거대한 군사 강국이었습니다. 모차르트는 터키 군인들이 실제로 행진하는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제목 그대로의 곡입니다. 




베토벤의 터키행진곡과 비교하면 

터키행진곡이라는 이름을 단 곡이 모차르트 것만은 아닙니다. 베토벤도 같은 제목의 곡을 남겼습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으니 베토벤 역시 터키 군인들의 행진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베토벤의 터키행진곡에는 '알레그레토(Allegretto)'로 연주하도록 표기되어 있습니다. 활기차진 않지만 보통보다는 빠르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 연주에서는 지나치게 빠르게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기 좋고 경쾌하다 보니 자꾸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죠. 하지만 너무 빠르게 치면 군인들이 행진하는 장면이 아니라 단거리 달리기하는 장면처럼 들립니다. 행진하는 템포를 가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 초침이 1초에 두 번 움직이는 속도, 메트로놈으로 4분 음표 기준 120 정도가 행진에 어울리는 빠르기입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