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역사]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조의 비교(feat. 다비드와 들라크루아의 작품 비교,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등 서구 유럽은 여러 지각 변동이 있었습니다. 미술도 이 시기에 감성과 이성의 분화라는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사회와 자연의 변화를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감성적이고 주관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같이 나타난 것이죠. 자크 루이스 다비드가 그린 드 베르니낙 부인의 초상, 들라크루아가 그린 긴 소파에 누운 나부의 습작은 이런 서로 다른 접근법의 결과입니다. 

전자인 드 베르니낙 부인의 초상은 이성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접근이고, 긴 소파에 누운 나부의 습작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으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18세기 말에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다른 방향으로 서로 흐르게 됩니다. 오늘은 다비드와 들라크루와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미술사 속에서 이성과 감성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지금 살펴볼 작품은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과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입니다. 모두 프랑스 혁명이 배경입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은 거리로 나온 민중의 모습입니다. 마치 영화 속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같죠. 

명화 속 주인공

이 두 작품의 첫 번째 비교 포인트는 명화 속 주인공입니다. 다비드의 마라의 그림은 지난 작품 속에서도 살펴보았지만 마라라는 실존 인물입니다. 들라쿠르나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실제 봉기에서 볼 수 없는 여신을 중앙에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여신은 예전 회화 작품에 보았던 이상화된 미의 여신이 아니라 강한 어머니 같은 모습입니다. 풀어진 가슴도 아랑곳하지 않고 깃발을 높이 들고 있습니다. 

빛을 사용하는 방식

다음 비교해 볼 포인트는 빛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두 작품 모두 명암의 대비가 두드러지는데, 마라의 죽음에서는 빛이 외부의 한 지점에서 들어와 고요하게 인물을 비춥니다. 작품의 주제를 정연하게 나타냅니다. 반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여신의 등 뒤에 빛이 피어오르는데 연기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며 격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작가의 의도

마지막으로 작가의 의도가 비교됩니다. 다비드와 들라쿠르아는 혁명에 대한 관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다비드는 이상적인 메세지를 담아 혁명의 정신을 전하려 하였고, 들라크루아는 감정적인 방식으로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마라의 죽음에서 마라는 외부인의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흰 천 위에 보이는 붉은 피는 마라가 대표하는 혁명의 고귀함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세련되고 섬세한 표현으로 흐트어짐없이 교훈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들라크루아는 총을 들고 뛰어나온 어린이나 신사처럼 사건을 설명하기 보다 당시 격렬했던 분위기와 상황을 느끼도록 보여줍니다. 

다비드의-마라의-죽음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들라크루아의-민중을-이끄는-자유의-여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낭만주의 작품의 특징(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

앞서 말씀대로 낭만주의는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낭만주의는 특정한 시기에 한정할 수 없도록 폭넓게 적용됩니다. 낭만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작품을 한 가지 더 보겠습니다. 바로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입니다. 1816년 프랑스의 군함 메두사호가 침몰했는데 이 배의 선원 147명은 표류하는 동안 생존하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제리코는 당시 27세의 젊은 작가였습니다. 이 끔찍했던 상황을 생생히 나타내기 위해 스케치도 여러 번 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를 인터뷰하며, 뗏목을 실제 크기로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병원에 가서 시체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였습니다. 

메두사 호의 뗏목은 인물을 사선과 삼각형 구도로 배치하였습니다.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파랗게 변한 시체로부터 육지와 빛을 향해 손을 뻗은 사람, 옷가지를 흔들며 몸부리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제리코는 이 작품에서 절규하고 절망하며, 희망을 바라는 여러 사람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여러 감정을 나타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이끌어 냈습니다. 제리코는 이런 인간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사람들의 인간 내면의 감성 세계를 표현하였습니다. 이런 낭만주의적인 태도는 이후 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졌습니다. 

제리코의-메두사-호의-뗏목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



낭만주의 미술의 특성

그럼 계속해서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보며, 낭만주의 미술의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들라크루아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며,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격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데 색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색채가 전달하는 상징적인 의미와 느낌을 살리고, 조명과 톤으로 극적인 대비를 만들며 강렬하게 표현하였습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도 어둠 속에 선명한 파랑, 빨강, 하얀 색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국기에 사용된 이 색은 화면 곳곳에 사용되며 주제를 선명하게 나타냅니다. 또한 붓질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움직임과 즉흥성을 작품 전체에 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 기법은 이후 쇠라, 르누아르, 고흐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연구로 이어지며 모더니즘 회화에 영향을 크게 끼쳤습니다. 색채 자체로 전달되는 느낌과 의미,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붓놀림, 색조와 톤의 대비를 활용한 호소력 같은 같은 것이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에 자주 등장하게 된 거죠.



마치며

우리는 지금까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비교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두 사조는 분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반대로 두 사조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라는 방증도 될 것입니다. 신고전주의는 작품 안에서 사회적 질서를 찾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고, 낭만주의는 사회의 부조리나 한계를 보여주며 인간의 감성과 본성을 보여줍니다. 어떤 책에서는 신고전주의에서는 예술이 하나의 정치가 되고, 낭만주의에서는 예술이 사회에 대한 시가 된다라고 표현합니다. 사회 속 영웅을 만드는 신고전주의, 사회 속 시민을 보여주는 낭만주의, 이성과 감성의 서로 다른 방향에서의 해석, 모두 인간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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