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역사]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2번 — 미친 듯이 쓴 시의 노래

피아노 독주회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이 리스트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전까지는 피아노 한 대로 한 명이 무대에 서는 일이 없었습니다. 리스트 덕분에 피아노 독주회라는 형식이 생겼고, 지금 우리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겁니다. 그만큼 리스트가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도 음악사에 남긴 흔적이 엄청납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입니다. 리스트는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고, 당대 최고의 카사노바였다고도 합니다. 그 당시 마차를 끄는 말의 수가 그 사람의 권위를 상징했는데, 리스트는 영주보다 더 많은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중적으로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키가 190센티미터 정도 됐고, 나이가 들면서 금발과 은발이 멋있게 어우러졌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생겼으며, 남성미 넘치는 피아니스트였다고 합니다. 손도 엄청 컸다고 합니다. 리스트의 여성 편력만을 다룬 책이 있을 정도로 소녀부터 백작 부인까지 주변에 늘 여성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여성들로 인해 작곡한 곡도 많았다고 합니다. 

프란츠-리스트(1811-1886)
프란츠 리스트(1811-1886)




헝가리 태생이지만 헝가리어를 몰랐던 작곡가 

리스트는 헝가리 태생이지만 평생을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많은 나라로 연주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주 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후원자들이 작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고 합니다. 덕분에 리스트는 어떤 사교 모임에서든 대여섯 개의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했다고 합니다. 

리스트는 11살 즈음 모국인 헝가리를 떠나 세계로 연주 여행을 다녔습니다. 어렸을 때 헝가리어를 조금 배우고 평생 헝가리를 떠나 외국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모국어를 잘 못했다고 합니다. 리스트의 자서전에도 헝가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헝가리 광시곡〉이 리스트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곡은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곡 중 하나입니다. 모국어도 잘 모르는 사람이 모국의 음악으로 가장 유명한 곡을 만들었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광시곡이란 — 시를 가지고 미친 듯이 쓴 곡 

광시곡은 시를 가지고 미친 듯이 쓴 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만큼 색깔이 강한 곡이 많습니다. 광시곡에서 시는 유럽의 사상이나 철학의 중심인 고대 그리스 시대의 서사시를 노래한다는 의미입니다. 광시는 어원적으로 관능적이고 미친 듯하고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리스트의 사생활이나 성격과 맞아 작곡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장에서 소개할 〈헝가리 광시곡〉 2번에서 리스트의 색깔이 가장 많이 묻어납니다.




리스트의 패턴 — 헝가리의 리듬과 집시의 색 

리스트의 곡은 다른 작곡가들과 패턴이 굉장히 다릅니다. 다른 작곡가들이 선율이나 구조로 표현한다면 리스트의 곡은 헝가리 사람들 특유의 리듬이나 선율, 아니면 동유럽 특유의 집시 색이 묻어납니다. 사실 모든 헝가리 광시곡에 동유럽 특유의 느낌이 조금씩 담겨 있지만 음악사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민속 리듬을 담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리스트는 집시의 느낌을 많이 표현하기 위해 나타냄말을 드문드문 계속 사용했습니다. 

취미로 피아노를 치면서 리스트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악보를 펼쳐보면 음표가 빼곡하게 가득 차 있고, 손가락이 어떻게 저 음들을 전부 짚을 수 있는지 감이 오지 않더라고요. 




렌토와 아 카프리치오 — 느리면서 장난스럽게 

리스트도 악보에 나타냄말을 정확하게 기보했습니다. 곡의 첫 마디 위에 박자를 뜻하는 '렌토'라고 기보되어 있고, 그 뒤에 '아 카프리치오'라고 적혀 있습니다. 렌토와 아 카프리치오는 리스트가 이탈리아어로 직접 기보한 나타냄말입니다. '아 카프리치오'는 기상곡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 나타내는 '아 카프리치오'는 장난기 있게 아니면 조금 변덕스럽게 연주하라는 느낌입니다. 그 앞에 '렌토'라는 템포는 느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입니다. 느리면서 장난스럽고 조금 변덕스럽게 연주하라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악보 9번째 마디에 '라싼'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라싼은 느리게 표현하라는 나타냄말입니다. 음악에서 원뜻은 헝가리의 차르다시라는 전통 무용곡의 도입 부분을 의미하며 박자가 조금 느리고, 어둡고, 우울한 느낌입니다. 리스트가 반주를 무겁게 연주하라는 의미로 기보했습니다. 왼손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반주인데, 그 반주 부분을 힘을 주어 연주하라는 의미로 '페잔테'라는 나타냄말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른손으로 연주하는 부분은 더욱 부드럽고 감미롭게 연주하라는 의미로 '몰토 에스프레시보'라는 나타냄말을 기보했습니다. 왼손은 무겁게 연주하면서 오른손으로는 감미롭게 연주한다면 대비가 되겠지요. 




프리스카 — 5분 안에 쏟아지는 모든 테크닉 

〈헝가리 광시곡〉 2번 중에 프리스카라는 부제가 있는 부분은 빠른 템포 안에 피아노의 모든 테크닉이 쏟아집니다. 매우 과시적이고 다이내믹하면서 쉴 틈이 없는 것이 전형적인 리스트 곡입니다. 프리스카는 악보 분량은 많지만 템포가 빨라서 5분 내외로 연주가 끝납니다. 

개인적으로 헝가리 특유의 스케일이 한국적이거나 동양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케일 하나만 있으면 펼칠 수도 접힐 수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스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조금씩 변주됩니다. 이 곡의 스케일은 동양적인 느낌도 있고, 집시적인 느낌도 있는 화려하면서도 격정적인 곡입니다. 그러면서 과시적인 것이 프란츠 리스트 음악의 특색입니다. 

리스트는 전 세계로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화려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작곡을 했습니다. 사실 피아노 독주회라는 말도 리스트 때문에 사용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피아노라는 악기 한 대만으로 한 명이 연주하는 일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만큼 리스트가 작곡가로서도 유명하지만 피아니스트로서도 굉장한 영향을 끼친 음악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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