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화가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의 그림 대결 이야기를 아시나요? 제욱시스가 포도를 그리자 그 그림에 새들이 날아들었고, 파라시오스가 그 그림을 덮은 휘장을 그려 제우시스를 속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 솔거라는 화가가 황룡사 벽에 소나무를 그렸는데 새들이 날라와 앉으려다 부딪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트롱프뢰유라고 합니다. 프랑스어로 눈속임을 뜻하는 말로 미술사에서는 사람의 눈을 속이는 진짜 같은 그림을 말합니다.
눈속임 작품이 말해주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화가의 솜씨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죠. 그렇게 실제적으로 그려낸 화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는 이렇게 화가의 실력으로 주위를 속이고 장난을 친다면 관객들은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더니즘 회화에서는 이러한 미술의 특권을 포기하고 이런 미술의 특성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평면 위에 실제처럼 그린 그림을 그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즐거움을 주었던 특권을 포기하였던 거죠. 오늘은 인상주의 회화가 등장한 배경을 알아보고 이러한 인상주의 회화의 특징을 알아보려 합니다.
정물-바이올린과 악보, 피리 부는 소년의 작품 비교
먼저 작품 두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하네트의 정물-바이올린과 악보와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입니다. 어떤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정물-바이올린과 악보가 얕은 공간을 묘사합니다. 파리 부는 소년은 한발 내밀고 서있는 정도의 거리이고, 정물-바이올린과 악보는 바이올린의 두께 정도의 깊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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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트, 정물-바이올린과 악보 |
하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반대입니다. 먼저 정물-바이올린과 악보는 여러가지의 장치를 써서 공간을 암시합니다. 벽장 같아 보이는 배경의 문은 빼꼼히 열려 있는 듯 하고,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못에 걸린 말 발굽과 피리, 바이올린 활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벽장 문 위의 악보와 그 위에 바이올린을 겹겹히 놓아 사이사이에 공간이 있음을 알게 하고 입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외에도 바이올린의 정확한 형태와 명암, 세부 묘사를 통해 실제 바이올린을 손으로 잡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합니다.
하지만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느끼게 해주는 단서들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발밑에 그림자가 있긴 하지만 한쪽으로 조금 비켜 나와있는 정도로 작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뒷 배경도 단색의 편편한 벽 같아 실내인지 야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소년이 입고 있는 재킷이나 바지는 명암이나 입체감이 없습니다. 납작하게 그려져 그냥 여러 색깔의 채색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마네의 작품에서 색과 붓질을 소년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평평하고 납작하게 그려진 이 그림을 보면 시선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데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윤곽선이 사실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네는 관찰자가 화가의 눈에 비친 시각적 현상을 보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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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네, 피리부는 소년 |
사진 기술의 발명에 따른 인식의 전환
이처럼 평면을 평면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미술사에서 나타났습니다. 미술 자체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작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400여 년 간 미술은 3차원 공간을 원근법으로 묘사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틀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과 기법을 더 이상 사용하려 하지 않은 거죠.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가 사진기의 발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839년 다게르의 사진 기술이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발명품으로 인정받고, 풍경과 인물을 찍으며 사진 기술이 대중화되었습니다. 사진 기술은 이전에 화가들이 재현해낸 그림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나타내었고, 대량 생산까지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때 마네와 모네가 회화는 평면 그 자체로 보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며, 이것을 돌파한 것입니다. 미술 그 자체를 보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사진 기술이 회화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했다고 할 수 없으며 이 둘은 함께 발전되어 왔습니다. 인상주의 작가들은 사진과 구별되는 회화의 영역을 찾고자 하였지만 사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겠죠? 모네와 드가는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원근이 과장되어 있기도 하고. 순간적인 모습을 나타낼 때는 초점이 약간 흐려지기도 합니다. 이는 사진을 찍을때 나타나는 모습과 비슷하며 사진술의 발달은 미술사에서 또 다른 탐구의 시작을 의미하겠습니다.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은 1768년 과학을 주제로 조지프 라이트가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합니다. 영국의 화학자 로버트 보일이 발명한 진공 펌프로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당시 진공 펌프 안에 새를 넣어 관찰하며 공기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연구한 거죠. 이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의 태도도 재미있습니다. 좌측 상단에는 젊은 남녀가 있습니다. 이 둘은 실험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세상 변화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중앙에는 아이들이 있는데, 죽어가는 새를 보며 무서워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 아이들을 달래고 있죠. 또 주변에 5명의 남자들이 있는데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듯한 과학자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모습으로 실험을 주도합니다. 지팡이에 턱을 괸 남자가 있는데 깊은 사색에 빠져 있습니다. 좌측 하단에 두 젊은 남자가 있는데 목을 길게 빼고 이것을 관찰합니다. 우측 상단의 어린 소년은 비판적인 눈초리로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당시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와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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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라이트,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 |
마치며
인상주의는 과학적 태도와 탐구가 미술의 영역으로 옮겨지는 시점의 미술 양식입니다. 인상주의는 당시 회화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는 시대에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며 감각적인 미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인상주의는 당시 화가들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고, 적응하며 저항했는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저항 의식은 현대 작가들에게 의해 이어집니다. 난해한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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