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하면 야상곡이나 발라드를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쇼팽의 음악 중 그가 평생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장르는 마주르카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폴란드의 대표적인 작곡가 쇼팽의 〈마주르카〉입니다.
마주르카는 3/4박자 계열의 춤곡입니다. 마주르카라는 단어는 폴란드 동쪽 지방 이름인 마조프세 또는 마조피아에서 나왔습니다. 피아는 동네의 작은 길을 의미하는데, 마조피아는 화려하진 않지만 고요하면서도 구릉이 많은 폴란드의 풍광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니까 〈마주르카〉는 폴란드 지역의 전통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세기 초반에 마조피아 지방에서 유래된 향토 음악이 17~18세기 정도에 문헌으로 확인됐고, 18세기에 유럽과 러시아 등 외부로 퍼지면서 폴란드 음악이 발전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 쇼팽이 있었습니다.
| 쇼팽(1810-1849) |
심장을 조국에 묻다
쇼팽이 폴란드 사람이고 애국심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폴란드에서 태어나기만 했고 평생을 프랑스에서 살다 죽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모국을 잊지 못하고 "나의 심장은 내 조국 폴란드에다가 묻어 달라"고 유언하여 실제로 심장이 폴란드에 묻혀 있습니다. 그만큼 조국 폴란드를 사랑했던 작곡가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꽤 인상 깊었습니다. 몸은 파리에 있었지만 마음은 평생 폴란드를 향했던 사람이라는 게, 그 그리움이 마주르카라는 장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마주르카 작품번호 7 — 춤곡인데 즉흥적이다
작품번호 7 〈마주르카〉는 쇼팽이 10대 후반에서 20살 정도에 작곡한 곡입니다. 앞부분을 몇 마디만 들어봐도 춤곡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이 곡은 악보가 정확하게 기보되어 있지만 연주자마다 다르게 연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폴란드만의 향토적인 색깔이 강하고 즉흥적인 요소도 많기 때문에 연주자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느낌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3/4박자 리듬인 강약약이 이 곡의 정의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뒷부분이 강조되어 약강강으로 느껴집니다. 첫 박자가 강하지만 짧게 끝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박자에서 밀어붙이며 그다음 첫 번째 박자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리듬입니다. 이 부분이 마주르카의 핵심인데, 가르쳐본 경험상 이 리듬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꽤 어색해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에도 3박자가 있어서 강약약 리듬에는 익숙하지만, 4분의 3박자에서 강약약만 있다고 배운 탓에 다른 3박자 리듬이 낯설게 느껴지는 거죠. 아이들이 어릴 때 강약약이 아닌 3박자 리듬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간 부분 — 스타카토에서 레가토로
이 곡의 중간 부분은 시작 부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앞부분은 스타카토로 끝나는데, 중간 부분은 레가토로 연주하라고 기보되어 있습니다. 둘 이상의 음을 연결해서 연주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연주할 때도 마치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첫 부분이 춤곡의 방방 뛰는 느낌이었다면, 중간 부분은 조성도 완전히 달라지고 마치 안개 가득 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재현부에서 다시 첫 부분의 중심 조성과 비슷해집니다.
원래 마주르카는 8마디로 끝나는 짧은 춤곡입니다. 그런데 민속 음악을 발전시켜 작곡한 쇼팽의 〈마주르카〉 악보에는 도돌이표가 있습니다. 연주자에 따라 애드리브를 넣기도 합니다.
70곡의 마주르카 — 평생의 그리움
쇼팽은 거의 70곡에 가까운 마주르카를 작곡했습니다. 10대 후반부터 죽기 직전까지 조국 폴란드를 그리워하며 마주르카를 써나간 것이죠. 우리가 폴란드 민속 음악인 마주르카라는 춤곡을 알고 연주할 수 있는 건 쇼팽이 발전시키고 문헌으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우리나라 전통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전통 음악을 계승하는 음악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전통 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하고 계승합니다. 쇼팽이라는 한 명의 음악가가 자국의 전통 음악을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문헌으로 남겼듯이, 우리도 우리의 전통 음악과 그것을 계승하는 분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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